詩다움

상처 [김규린]

초록여신 2011. 4. 11. 09:31

 

 

 

 

 

 

 

 

 

 

 

칼 쥐지 않은 영혼이 어디

있으랴

쓰러지는 물소리 들으며

가닥가닥 잘린 나의 뿌리가 실개천처럼 일제히

너에게 빨려들어갈 때

비틀어 턱 괸 추억은

짐짓 알아차리지 못한 듯

컹, 컹, 하늘 향해 두어 번 짖고

나는ㅡ

 

 

뿌리가 다 빠져나간 뒤에도 생을 끄지 못한 채

너의 바닥을 기며 기며

정충처럼 절망하였네

 

 

절망도 몸의 일부라면

벗지 말고 간직해야 할 일

절망이 뿌리의 잘려나간 의중을

내포하고 있다면

품을 것 다 털어버린 뿌리의 허허로움까지

내포하고 있다면

 

 

 

* 열꽃 공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