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유산 [배영옥]

초록여신 2011. 3. 25. 17:34

 

 

 

 

 

 

 

 

 

 

귀 어두운 아버지

아무리 크게 말해도 내 입만 골똘하게 쳐다보시더니

귀 닫고 눈으로만 대화하시더니

입마저 어두워지셨다

 

 

귀의 어둠이 눈에 엉겨 붙어 눈이 더 어두워지셨다

눈의 어둠이 귀에 엉겨 붙어 귀가 더 어두워지셨다

 

 

말이 자꾸 헛나가신다

입이 자꾸 미끄러지신다

 

 

시인에겐…… 만년필이…… 입이다

입…… 간수…… 잘해야 한다!

 

 

눈 귀 밝을 땐 아무 내색 없으시더니

눈 귀 입 어두워지고서야

겨우 한 말씀 하신다

 

 

 

* 뭇별이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