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너라는 꽃을 지우기 위해 [배영옥]

초록여신 2011. 3. 9. 22:16

 

 

 

 

 

 

 

 

 

언젠가 목구멍 저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성대를

내시경 화면으로 본 적이 있다

어두컴컴한 목구멍 안쪽에서 소리가 되어 나오려고

파르르 떨고 있는 성대는

아주 작고 연약한 꽃잎이었다

 

 

내 손으로

눈 닫아걸고 귀 닫아걸고 입 닫아걸고 십 년이 지났지만

너는 아직 내 안에 있었다

질문 없는 대답처럼

너는 꽃이 되어 있었다

 

 

너라는 꽃을 지우기 위해

나는 얼마나 긴 침묵과 싸워야 했던가

스스로 씹어 삼킨 가시는

또 얼마나 깊이 폐부를 찔러댔던가

 

 

고통의 축제*는 끝이 없고

나는 얼마나 더 붉은 입술을 깨물어야 하는지

또 얼마나 오래 숨죽여야 하는지

 

 

목구멍에 핀 저 꽃에게 묻는다

 

 

 

------- --------------------------

* 정현종의 『고통의 祝祭』에서 따옴.

 

 

* 뭇별이 총총, 실천문학사(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