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그릇 속에서 울다 [길상호]
초록여신
2010. 12. 30. 10:26
그릇 속에 앉아서
나를 퍼먹고 더 허기져 하던 너를,
기억해내고야 만다
뜸 덜 든 밥처럼 까끌까끌한
나를 퍼먹고 속이 쓰렸던
너를, 만난다
달가닥대는 수저 소리로
겨우 침묵을 깨던 우리의 겸상
고장 난 한쪽 상다리처럼
위태롭게 기울던 사랑
끼니마다 입맛을 잃고
움푹 파인 마음 내려놓던
너,
이제 밥상 앞에 홀로 앉아
내가 나를 떠먹는 저녁
밥은 차갑게 굳어 있다
꾸역꾸역 밀어 넣고는
어김없는 체증에 명치를 누른다
* 눈의 심장을 받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