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누가 사는 것일까 [김경미]
초록여신
2010. 12. 21. 07:40
1
약속시간 삼십분을 지나서 연락된 모두가 모였다
다들 국화꽃잎처럼 둥그렇게 둘러앉아서 웃었다
불참한 이도, 더 와야 할 이도 없었다
식사와 담소가 달그락대고 마음들 더욱
당겨앉은데
문득 고개가 들린다 아무래도 누가 안 온 것 같다
잠깐씩 말 끊길 때마다 꼭 와야 할 사람 안 옷 듯
출입문을 본다 나만이 아니다 다들 한번씩 아무래도
누가 덜 온 것 같아, 다 모인 친형제들 같은데, 왜
자꾸 누군가가 빠진 것 같지? 한번씩들 말하며
두 시간쯤이 지났다 여전히 제비꽃들처럼 즐거운데
웃다가 또 문득 입들을 다문다, 아무래도 누가 먼저
일어나 간 것 같아 꼭 있어야 할 누가 서운하게도 먼저
가버려 맥이 조금씩 빠진다
2
누굴까 누가 사는 것일까 늘 안오거나 있다가 먼저 간
빈자리 사람과 사람들 사이의 그 기척은 기척일 뿐
아무리 해도 볼 수 없는 그들에겐 우리도 기척일 뿐일가
아무리 다 모여도 언제나 접시의 빠진 이처럼
상실의 기척, 뒤척이는 그들은
* 고통을 달래는 순서, 창비(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