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가벼운 여자 [길상호]
초록여신
2010. 12. 19. 08:27
물에 띄워놓은 돌이 있네
바닥까지 눌렀다가도 손을 떼면
그새 떠오르는 돌 위에
가벼운 여자가 누워 잠자네
불과 함께 녹아 흐르는 동안
기포마다 가둬둔 통증이
돌의 부력을 만들었다 하네
갈라진 발뒤꿈치 다듬는 데는
이만한 것이 없다고
하나둘 사람들은 모여들고
바닥만을 걷던 그녀의 발은
이미 뒤꿈치가 지워지고 없네
골다공증의 뼈를 웅크리며
가벼워 둥둥 떠날 것 같은 표정으로
잔주름 물결 수면에 흘리네
물 위에 징검다리처럼 누운
여자를 밟고 나 물 건너네
돌은 무겁게 가라앉고 싶어도
연한 내 발이 젖지 않도록
물살을 꽉 움켜쥐고 있네
* 눈의 심장을 받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