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침묵의 공간 [김은숙]

초록여신 2010. 12. 9. 17:03

 

 

 

 

 

 

 

 

 

 

 

몸 속 깊숙이

침묵의 공간을 내어주고 싶다

 

 

침묵이 오래도록 머물 수 있는 곳

엎드려 묵상할 수 있는 곳

허리를 쭉 펴고 앉아 있거나

누워 잠잘 수도 있는 곳

침묵이 낮은 목소리로 말하기도 하고

때로 일어나 노래할 수 있는 곳

스스로 깊어지며 농익어가다가

가끔 은근히 손 내밀기도 하고

편안히 등뼈를 기대고 앉아

제 몸을 스스로 잊어가는 곳

 

 

침묵이 마음껏 뒹굴 수 있는 곳을

내 안에 널찌감치 내어주고 싶다

나도 그 안에 들어가

침묵의 몸이 되고 싶다

 

 

 

* 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