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손길 [김은숙]

초록여신 2010. 12. 5. 11:10

 

 

 

 

 

 

 

 

 

 

 

그 사람

꽃을 가꾼다

무표정의 회색 공간을

꽃밭으로 일군다

 

 

봉숭아 채송화 나팔꽃 별꽃 작고 고운 이름들이

옹기종기 다정스레 어깨 결으며 눈 맞추는 작은 터

오가는 시선들 어느새 머물러

마음 속 꽃나무에도 하나 둘 붉은 잎 핀다

 

 

여린 생명 쓰다듬는

손길에 따라

뿌리와 잎새의 순한 사랑이

저 붉은 꽃잎 피우는 아름다운 섭리

바라보는 마음도 스스로 둥글어진다

 

 

꽃을 가꾸는 사람

그 사람의 손길

 

 

 

* 손길, 천년의 시작(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