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새 신의 감각 [이희중]

초록여신 2010. 12. 5. 10:29

 

 

 

 

 

 

 

 

 

 

 

차마 맨땅에 내려놓을 수 없어

방안에서만 신어보다가

이튿날 아침 집을 나서서도

혼자 딴 나라를 걷지

 

 

진 데 딛지 않고

버스 안에서는 사람들의 헌 신을 경계하고

주저앉아 먹는 식당에 들어설 때는

손 타지 않게

벗어둘 곳도 세심하게 고르며

 

 

이번에는 뒤축 꺾지 않겠다고

나쁜 버릇 들이지 않겠다고

한번 잘해보겠다고

각오를 다지건만

 

 

언제부터던가

입성 가운데 맨 아래에서

무른 몸과 날선 세상이,

마른 몸과 물든 세상이 맞닿지 않게 하는 일이

고작 그것의 쓸모일 뿐임을 다시 용인하게 되는 때는

 

 

세상 더러움이 거기 다 뭉쳐 있는 양

이제 손대는 것조차 꺼리지

 

 

 

* 창작과 비평 150, 2010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