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일요일의 공원 [정복여]

초록여신 2010. 11. 28. 11:30

 

 

 

 

 

 

 

 

 

 

 

일요일 공원이 활짝 핀다

한 사람의 경계가 지워진 두 사람

두 사람의 경계가 지워진 세 사람

연인이나 가족이라는

크고 작은 지붕들이

풀밭으로 들어온다

지붕들은 나란히 호수를 보다가

둘러앉아 수박을 쪼개다가

창문 같은 아이를 풀밭에 열어놓기도,

흠뻑 터지는 웃음분수

 

 

누군가를 불러 가만히

모서리를 맞대보고 싶은 일요일

지붕이 없는 어떤 한 사람은

공원으로 가는 제 발자국을 세다가

스스로 풀밭이 된다

어긋난 돌무지 바로 놓고

어깨에 망초꽃 피워올리면

가득 햇살을 받아내는

한 사람의 정수리

여기 앉으렴, 이때야

나비 지붕이 환하다

 

 

오늘 여기

일요일은

이런 움직이는

너도나도 집들의 공원

 

 

 

* 체크무늬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