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나의 문명 [차주일]
초록여신
2010. 10. 27. 10:57
강이 휘는 힘을 모아 뻗어 나가기 시작하는 언저리
문진 같은 제단 하나 땅겨를 눌러놓고 있다
발자국 없는 그곳에서 볍씨가 출토되었다
머문다는 말을 가꾼다는 행위로 진화시킨 이 근원에서
사후세계를 최초로 생각한 여자가
제단을 지어 제 몸속으로 강을 끌어댈 때
얼마나 큰 고통이었으면 최초의 눈물이 생겨났을까
사람의 눈물은 소멸하지 않는 염색체
이 새로운 근원을 창조한 그녀의 기도를 생각하면
사람 바라보는 일이 아프다
얼굴을 벗어나 허공과 잇닿은 주름을 본 사람은
강과 눈물이 한 종족임을 안다
눈물은 얼굴의 가장 무른 쪽으로 휘어 마음에 닿는다
내 얼굴 들여다보면 강의 흔적이 남아 있다
몇 사람의 문명이 나고 망했는지 알 수 없는, 나의 강
그곳에서 실종된 마지막 발자국은 출도할 수 없다
마지막 발자국은 영혼에 밝혀 씨앗으로 지상에 남는다
* 풀잎은 공중에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