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심경心耕 …… 정해종

초록여신 2010. 10. 4. 06:37

 

 

 

 

 

 

 

 

 

 

 

 

경칩과 춘분 사이,

해마다 이맘때면

굳은 땅 뒤집어 밭갈 듯

마음을 갈아엎고 싶네

칠월의 출렁이는 보리밭을 꿈꾸며

확, 덮여올 것 같은 짙푸른 그리움에

휩싸여 울먹울먹 쟁기질을 하고 싶네

한결 눅눅해진 그곳에

겨우내 묵혀 온 생각들을 털어

깨알같은 활자들을 파종하고 싶네

뒤집힌 마음 들고일어난 생각들이

아물 수 있도록 물꼬를 내고

잘 썩은 거름 뿌려 새순 틔워보고 싶네

상처가 사랑의 씨앗이었음을 나는 알겠네

상처의 통증이 가라앉을 수 있도록

조용히 비라도 내려주었으면 좋겠네

마음 밭에 농사짓듯 그렇게

또 한 해를 살고 싶네

 

 

 

* 내 안의 열대우림, 생각의 나무(2001)

 

 

그런 꿈을 꾸었었지만

그 꿈과는 상관없이

수확의 계절 앞에 머무르게 되었네,,,

어찌 또 그렇게 살았을까?

하는, 그런 심경…

(가을을 맞은 심경 앞에서, 초록여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