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햇살 소독 [김명인]

초록여신 2010. 9. 30. 11:18

 

 

 

 

 

 

 

 

 

 

 

고도 화상을 입은 듯 부스럼투성이 팔뚝을

담장에 걸쳐놓고

한 사내가 담벼락에 기대 햇살 소독을 하고 있다

빗살들이 송곳으로 꽂히는지

부스럼자리 온통 핏빛이다!

찡그린 주름 깊이로 건너가는

시뻘건 지렁이 떼,

꾸불텅꾸불텅 진흙의 길 새겨 넣는

태어나지 않음만 못한 몸,

저 살들 열어젖혀야

마침내 내일에 이른다는 것일까?

 

 

 

 

* 꽃차례, 문학과 지성사(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