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어머니의 봉다리 [이대흠]

초록여신 2010. 8. 5. 17:55

 

 

 

 

 

 

 

 

명절 때면 어머니는 팔남매 자식들

봉다리 봉다리 챙겨주기 바쁘다

큰아그는 자식들 많항께

쌀도 두 차뎅이는 가져가그라

제찬 남은 것도 떡 쪼가리도

여덟 개로 나무어

왁자한 명절 끝에 내 집에 오는 날엔

여섯째인 내게도 서너 개의 봉다리가 주어진다

본가에 갈 때마다 달라붙는 봉다리 때문에

나는 빈 봉지 모아 어머니께 드리지만

어머니의 손을 거친 봉다리들은

어김없이 배가 불러 돌아온다

몇달에 한 번쯤 뵈는 어머니의 얼굴

날이 다르게 검버섯이 늘어난다

어머니의 늘어가는 검버섯

자식들에게 퍼주던 것들

봉다리 봉다리 들어낸 자죽이다

 

 

 

 

* 귀가 서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