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난 빨강 [박성우] ㅡ 한국 최초 청소년시집

초록여신 2010. 8. 4. 22:16

 

 

 

 

 

 

 

 

 

 

난 빨강이 끌려 새빨간 빨강이 끌려

발랑 까지고 싶게 하는 발랄한 빨강

누가 뭐라든 신경 쓰지 않고 튀는 빨강

빨강 립스틱 빨강 바지 빨강 구두

그냥 빨간 말고 발라당 까진 빨강이 끌려

빼지도 않고 앞뒤 재지도 않는 빨강

빨빨대며 쏘다니는 철딱서니 같아서 끌려

그 어디로든 뛰쳐나갈 수 있을 것 같은 빨강

난 빨강이 끌려, 새빨간 빨강이 끌려

해종일 천방지축 쏘다니는 말썽쟁이, 같은 빨강

빨랑 나도 빨강이 되고 싶어 빨랑

빨랑, 빨강이 되어 싸돌아다니고 싶어

빨빨 싸돌아다니다가 어느새 나도

빨강이 될 거야, 새빨간 빨강,

빨강 치마 슈퍼우먼이 될 거야

빨강 팬티 슈퍼맨이 될 거야

빨강 구름이 빨강 바다 빨강 빌딩숲 만들러 날아다닐 거야

새빨간 거짓말 같은 빨강,

막대사탕처럼 달달하게 빨리는 빨강,

혀를 내밀면 혓바닥이 온통

새빨갛게 물들어 있을 것 같은 달콤한 빨강

빨ㅡ강, 하고 말만 해도

세상이 온통 빨개질 것 같은 끈적끈적한 빨강

 

 

 

시집 『난 빨강』(박성우 청소년시집), 창비(2010.2.)

 

 

난 빨강이 끌려 새빨간 빨강이 끌려

발랑 까지고 싶게 하는 발랄한 빨강

누가 뭐라든 신경 쓰지 않고 튀는 빨강

 

 시가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을까. 왜 진작 10대들을 위해 이런 시집이 발간되지 못했을까. 기성 시인이 쓴 한국 최초의 '청소년시집'인 『난 빨강』 속에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10대들의 일상적 삶의 풍경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들의 눈물과 웃음, 우정과 사랑, 공부와 항변, 심지어는 사춘기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성적 호기심까지 드러나 키득키득 웃음을 자아낸다. 이 시집을 읽는 10대라면 누구나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고, 나 자신을 이해할 수 있고, 미래에 대해 더욱 큰 굼과 성실한 목표를 지닐 수 있다. 무엇보다도 '공부 기계'가 되어가는 우리나라의 교육적 당위성 속에서 광활한 정신적 자유를 느낄 수 있다. 공부하다가 지치고 현실적 중압감에 가위눌릴 때 이 시집을 읽어보라. 이 시집은 바로 10대 여러분의 오늘과 내일의 이야기다.

ㅡ정호승(시인)

 

 학생들은 대체로 시 읽기를 힘들어한다. 교과서나 참고서에 실려 있는 시에서는 그들의 삶을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감하지 못하는 시를 머리로 공부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시는 괴로운 존재일 뿐이다. 그러나 『난 빨강』에서 그들은 시가 자신들의 삶을 표현하는 하나의 유력한 수단임을 느끼게 될 것이다.

ㅡ김주환(국어 교사)

 

* 이 책은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2009 청소년저작및출판지원사업' 당선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