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펭귄의 독서 [이근화]
초록여신
2010. 7. 24. 23:29
흉내 낼 수 없는 속도로 빙글빙글 도는 것이
너의 기분을 표현하는 것이어서
두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겠어
꿈으로 넘어가는 펭귄을 보고 있어
이곳의 박수 소리가 너무 커서
얼음판이 쫙 갈라진다면
남극의 바닷속에 펭귄들이 던져지겠지
세계의 평화로운 자리에 총알이 딱 멈추면
어떤 손가락을 들어 올려야 할지……
바닥이 패도록 같은 자리에
신문은 놀랍도록 일간 주간 월간
조금씩 달라지는 글자들을 우리는 좋아해
얼음 위에 글자들을 새기며 모르는 척 녹아버린다
머리카락이 조금씩 자라는 것일 뿐인데
우리는 밤마다 더 많은 것들을 원하게 되고
잠의 세계에서 우리는 기립
우리의 주제는 꿈처럼 사라졌지만
네가 숨 쉬는 차가운 공기를 찾아냈다
* 우리들의 진화, 문학과 지성사(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