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이사 치료 [박라연]

초록여신 2010. 7. 7. 22:44

 

 

 

 

 

 

 

 

 

 

 

이삿짐을 풀자

시신 썩은 냄새가 났다

상처도 목숨이었으니

따뜻한 묘지를 만들어줘야 할 텐데

삽과 괭이는 책? 가슴?

 

 

살점이 떨어져 나간 가구들을 볼 때마다

허벅지가 아픈데 거리로서만 치유 가능한

이사 치료 어디까지 왔을까

미처 실어 오지 못한 어느 집에선가의

미끈한 웃음소리, 숟가락 소리가

문 두드리는 것 같아

선잠 깨는 밤

가구와 가구 사이에 몸과 몸 사이에

책과 책 사이에

얼마나 많은 묘지를 파야 비로소

가족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하는

사이에

첫눈이 내렸다

 

 

 

 

* 빛의 사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