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치욕을 캐내려고 [박라연]

초록여신 2010. 7. 5. 07:22

 

 

 

 

 

 

 

 

 

 

그곳에 가면

치욕도 캘 수 있다는

잠꼬대를 자일 삼아 이슬산을

얼러가며 캐고 또 캤다

이고 지고 내려왔는데

취나물 두릅 쑥뿐이다

나보다 더 망연자실한

 

 

쑥이 말했다

치욕은 잘 번진다…… 아

 

 

두릅이 이어 말했다

불쑥불쑥 잘 나타난다…… 아

 

 

취나물이 또 이어서 말했다

뿌리가 없다…… 아,

 

 

정히 그렇다면 내가 치욕의 뿌리가

되어 잘릴 수밖에!

 

 

 

 

* 빛의 사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