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7월의 강 [유 하]

초록여신 2010. 7. 4. 08:37

 

 

 

 

 

 

 

 

 

 

 

사라지는 것만이 사라지는 것들을 생각한다

서둘러 노을의 하늘을 갈아 치우는 잠자리의 눈동자

흔들릴 때마다 나뭇잎 속에 깃드는 푸른 신성 같은 것,

 

 

세상은 늘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지만,

끝내 그 어디에도 다다를 순 없었다

가는 곳까지만 길이었을 뿐,

덧없는 물살에 덧없는 마음의 지느러미만

하릴없이 놓아주다가

 

 

다만 물고기는 간데없고 남아 있는

비늘의 번득임만 안타까이 건져 올리듯

기어코 그리운 사람 하나 떠올릴 때,

사라짐보다 더 아픈 정지의 순간이 오고

치자 꽃향기 밟으며

온 강에 멎을 듯 내려앉는 별빛의 나비 떼

스쳐 가는 바람이 거기 없었다면

송두리째 제 넋을 흔들어 구원받는 갈대를

누가 알기나 했으리

 

 

 

* 세상의 모든 저녁, 민음사(19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