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빛의 사서함 [박라연]

초록여신 2010. 7. 1. 10:47

 

 

 

 

 

 

 

 

 

 

빛을 열어보려고

허공을 긁어대는 손톱들

저 무수한 손가락들을 모른 척

 

 

오늘만은

온 세상의 햇빛을 수련네로

몰아주려는 듯

휘청, 물 한 채가 흔들렸다

 

 

헛것을 본 것처럼 놀라

금방 핀 제 꽃송이를 툭 건드리는데

 

 

받은 정을 갚으려고 빛으로 붐비는

다이내 妃와 오드리 햅번까지

 

 

활짝 눈을 떴다

팔뚝만 한 쇳덩이가 바늘이

될 때까지 불덩이에 얹혀살다가

 

 

불의 그림자로 바느질한 빛의 사서함

그녀들의 사서함이 代 끊긴 수련들을

붉고 노란 웃음소리로 불러냈을까

 

 

깊은 울음만이 진창으로 흘러들어가

붉고 노랗게 웃을 수 있는 것일까

생각하는 사이에

 

 

수련이 또 수없이 피어났다

 

 

잘 익은 근심들을

붉고 노란 웃음소리로

뽑아내듯

 

 

 

 

* 빛의 사서함, 문학과 지성사(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