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겨울 유리창 [최정례]

초록여신 2010. 6. 28. 16:47

 

 

 

 

 

 

 

 

 

 

 

그렇게도 부드럽게 목덜미에 그렇게도 다정하게 귓불에

그러다가 갑자기 낚아채듯 날렵하게

햇빛이 발꿈치를

햇빛이 발꿈치를 쫓아와 물어뜯어

 

 

몸을 피해도 쫓아오고

캄캄한 방에 갇혔는데도

햇빛이

하백의 딸 유화의 허벅지로

어찔어찔하게

 

 

햇빛과 자고 하백의 딸

닷 되들이만 한 알을 낳아

그 알을 내다 버려도

뭇짐승이 핥고

아지랑이의 깃털이 덮어주어

으앙하고 한 아이가 알에서 걸어 나왔듯

너 깜깜절벽 쾅쾅 웅덩이

적막강산에 엎드려 만 번 절해라

 

 

그때처럼 잉잉거리게

햇빛이 벌 떼처럼 달겨들어

혼자 있는 겨울 유리창

으앙하고 또 한 아이 걸어 나오게

 

 

 

* 레바논 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