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랑 11주년, 시사랑의 생일을 축하해 주세요.
그 섬에 가면 [임영조]
지도에 없는 섬 하나를 안다
사람들 더러 아는 척해도
실은 가는 길도 모르고
무엇이 있는지는 더욱 모르는
외딴 섬 하나를 나는 안다
햇볕과 바람 유독 넉넉하고 정갈한
그 섬에 가면 홀로된 여자가
몇 뙈기의 외롬꽃을 가꾸며 산다
온 하루 김을 매고 속된 꿈 솎고
저물면 밤하늘에 총총한 별을 읽고
스스로 섬이 되고 별이 되는 섬 여자
나는 몰래 그녀를 사랑한다
가을볕 붉게 타는 수수밭 지나
고운 소금 뿌린 듯 메밀꽃 하얀
고샅길 질러 바다로 가노라면
꽃게처럼 웅크린 인가 몇 채 졸 뿐
아무도 내다보지 않는다, 무시로
참새떼소리 왁자한 탱자울 넘어
날아든 꿀벌들의 입맞춤이 진한지
참깨꽃 은방울이 섬 온 채를 흔든다
그늘 깊은 뒷산 잡목숲에는
탁목조 한 마리가 산해경(山海經) 읽듯
팽나무 찍는 소리로 하루해가 저물고
노을 젖은 은박지로 구겨진 바다
물빛 풍금소리 은은한 그 섬에 가면
나 혼자 엿듣는 방언이 있다
감쪽같이 나누는 사랑이 있다
아련하게 니스칠한 추억이 있다
세상과 먼 그 섬에 가면,
* 지도에 없는 섬 하나를 안다, 민음사
……
시사랑은
저에게 있어 언제나 ' 그 섬'이였습니다.
숱한 방황과 좌절의 시기가 있었지만
'詩'는 나를 바로 설 수 있게 해 준 힘이였습니다.
감히
'詩'가 있어 내 영혼이 그나마 따뜻했노라, 말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에서의 감쪽같은 사랑,
아련하게 詩로 니스칠해진
세상과 다소 먼, 그 섬인 "시사랑"에서만은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세상과의 소통, 사람과의 소통이 시작된 지 벌써 10년을 넘기고 11년으로 접어듭니다.
올해 유난히 그 사람과의 관계가 힘들었음을 통감했었습니다.
오프모임의 힘겨움으로 결국은 매년 연례행사마냥 이어져오던 정기모임마저 취소하고야 말았습니다.
언제나
'사람만이 희망이다'고 여기였건만 가끔은 그 사람이 절망을 안겨주기도 함을 몸소 배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詩'를 통한 소통을 접을 수 없습니다.
'詩'는 퐁퐁퐁 샘솟는 오아시스 그 자체이자 비타민이니까요.
시사랑의 열한 번째의 생일을 계기로 더욱 탄탄한 쉼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 섬에 가면'
'그 섬, 시사랑에 오면'
모두가 편안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이 있기까지 아낌없는 사랑과 열정, 관심을 보여주신 시사랑 회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랑과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시사랑의 열한 번째 생일을 함께 자축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