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예언 [김명인]
초록여신
2010. 5. 23. 19:29
예언이라는 것은
미지의 세계에 드리워진 촉수 같은 것일까,
가령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 더 많은 인류의 보물 창고,
바다는 흔한 수사로 그렇게 말해지지만
그 또한 드러난 결과로 보면 수도 없이 적중된
예언의 정거장이었다, 대개
바다에서 살고 있는 생명체들도 예언에 맞추느라
채집될 때까지는 부산한
진화를 거듭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언제부턴지 바닷속도
상상 이상으로 진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다만, 실체를 보여주기 위하여
예언이 완성되는 날을 기다리고 있을 뿐,
우리가 적조의 생에 적응한 뒤라면 바닷속
진화는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되리라
그물에 걸려오는 몸체 뒤틀린 물고기나
겉껍질뿐인 플라스틱 고기,
석회를 잔뜩 먹고 살찐 저 불가사리를 보라
바닷속 붉은 별들은 어느새
하늘의 별자리보다 부산하게
지구의 운명에 가담하고 있다
앞장선 인류의 滅絶도
그렇게 갑작스럽게 맞닥뜨리는 절멱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 이미 오래 전에 예언받지 않았느냐!
* 길의 침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