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저녁의 청동기 [김중일]

초록여신 2010. 4. 6. 23:33

 

 

 

 

 

 

 

 

이 저녁, 도시는 잠시 청동기로 돌아간다

 

 

빠르게 녹청(錄靑)이 끼는 도시에서

나는 날마다 돌아온다

수세기의 대기를 가르며

기억 속으로 멀어졌다 되돌아오는 부메랑이 되어

나는 돌아온다 오늘도

서울역 지하분묘에서

허리를 꺾고 모로 누워 있는 남자가 발굴되었다

차가운 청동빛의 몸을 갖고 있는 저 미라는

누가 던진 부메랑일까

탈진한 태양이 앰뷸런스 지붕 위에서

깜빡거린다 나는

한 마리 매를 쫓아 솟구쳐올라

낙차 큰 태양을 명중시키고

고대의 낯선 땅으로 떨어지는 부메랑을 본다

내가 던진 부메랑이

돌아온다 내 오래된 손목시계 속으로

무수히 끊긴 원을 그리며

 

 

 

 

* 국경꽃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