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샘 [박남희]

초록여신 2010. 3. 29. 05:18

 

 

 

 

 

 

 

 

 

 

아이들에게 시를 가르치면서부터

나는 아이들에게 샘이 되었다

우주의 곳곳에 숨어있는 시의 물줄기를

내 몸에 담아내어 아이들에게 흘려보내는 나는

아이들 앞에만 서면 늘 출렁거린다

 

 

아이들은 시인 샘이 신기한지

즈이들끼리 샘의 깊이와 투명도를 측정해보고

문득문득 자신의 얼굴을 샘에 비춰보곤 하였다

 

 

샘도 어디론가 기울어져야 흐를 수 있다고

나는 마음을 기우뚱 기울여도 보고

이름 모를 풀꽃 사이를 흘러가다가

부러진 꽃을 발견하고 흠칫 놀라기도 하였다

 

 

나는 아이들에게

시를 쓸 때는 비유가 생명이라고

비유는 물 표면에 비친 하늘 같은 것이라고

문득 나를 열어 푸른 하늘을 받아내기도 하다가

 

 

샘! 하고 부르는 맑은 풀꽃의 눈빛에

화르르 깨어나 출렁거리며

먼 먼 바다보다 강물보다 먼저 풀꽃 쪽으로 끝내

기우뚱 기울어지고 마는 나는,

 

 

 

 

* 고장 난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