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망가진 생일 케이크 [이병률]

초록여신 2010. 3. 26. 07:15

 

 

 

 

 

 

 

 

 

 

 

흰 것은 슬프다

 

 

바나나와

못과 반지

 

 

배수관과 철길

 

 

새우의 허리와

눈송이의 산란한 낙하와

옷걸이의 모서리까지 치자면

 

 

늘어진 것이 아닌

흰 것들의 우아함은

죄의 방향을 닮았다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소란들을 다 담으려는 듯

부풀어 오르고 점점 휘어지는

어느 근원을 향해 차려진

아주 오래된 광기

 

 

 

 

* 찬란

 

 

망가진 케이크처럼 봄꽃들도 우수수수 사라진다.

분명 봄날은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