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눈물 [박남희]
초록여신
2010. 3. 2. 06:06
고이는 것과 흘러가는 것 사이에 내가 있다
나는 그동안 버려야 할 것들을 너무 많이 데리고 살았다
고여 있다는 것은 흘러가고 싶다는 것이고
흘러간다는 것은 고이고 싶다는 것인 줄도 모르고
나는 그동안 때 없이 고이고 때 없이 흘러가고자 했다
그리하여 나는 어느새 자꾸만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옛 웅덩이에 고여 있던 하늘을 우러르는 버릇이 생겼다
그러면 하늘은 금세 흐려져 오래 고여 있던 것들을
지상으로 흘려보냈다 태고 적 나를 흘려보냈다
그렇게 하늘은 태고 적 나와 지금의 나를 만나게 해주었다
수천 년을 내려오는 동안 내가 거처했던 수많은 집들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 그 집들을 함부로 아비라 어미라 부를 수 없다
집은 다만 무언가를 담고 흘려보내는 것일 뿐
고이는 것과 흘러가는 것 사이에 내가 있다
* 고장 난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