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별의 이름 [이병률]
초록여신
2010. 2. 28. 18:59
누가 저 별들의 이야기를 지었을까
저 모험들을
저 유순한 이름들을
그 참담한 기억들을 불러냈을까
기린, 물병, 고래
누군가 그었을까
이 별과 저 별의 마음을
여름하늘에서 가을하늘로
막이 바뀔 때마다
가을하늘에서 겨울하늘로
장을 넘길 때마다
우수수 아까움들을 쏟아내는 저 별들의
적막한 이야기들
누가 밤새 흔드는 걸까
저 별들이 부딪히는 소리로 하여금
나 또한 별이라는 사실을 알게 하는 소요를
누가 꺼내자는 것일까
화살, 궁수, 백조
선연히 잠 못 이루고
올려다보고 또 올려다보며
밤하늘의 생각을 참견한 것은
혼자가 아니라
자고이래 함께 얼굴을 부비자고 줄을 댄 것일까
이쪽의 마음이 되게 하고
저 건너의 마음을 벗어
둥글게 둥글게 살라는 말로 들리는
저 별들의 이야기를
그 누구에게
무엇으로 갚아야 셈이 될까
* 찬란, 문학과 지성사(2010.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