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시니컬을 말하는 당신에게 [김명기]

초록여신 2010. 2. 19. 10:08

 

 

 

 

 

 

 

 

 

 

 

새의 대가리보다 조금 나은 알량한 지식으로

또박또박 논리를 말하는 당신의 얄미운 조둥이를

발로 걷어차 주고 싶었다.

믿기지 않겠지만 나는 한 번도 당신의 논리를 존중한 적 없다.

 

 

조소, 무관심, 냉정, 비판, 낙담, 따위가 숨을 은폐물이 아니다.

돌아서는 나의 등 뒤에 비수처럼 겨눈 비아냥에 쓰일 말이 아니다.

 

 

하루에 세 갑의 담배를 피워 없애도

일 분에 수십 번씩 혼란스럽다.

사실 리얼을 얘기하면서 나는 다다dada를 숭배한다.

늘 인간적인 것에 비애를 느끼면서 인간적인 걸 숭배하듯

 

 

당신의 논리는 참 인간적이면서 너무 비인간적이다.

경계 없는 척하는 당신의 경계는 고급스런 당신 말쑥한 양복

윗주머니에 잘 접어 넣어둔 행거치프 같다.

어떤 날 불쑥 꺼내어 놓을 준비된 궤변

그래서 나는 조금도 놀라지 않을 생각이다.

 

 

시니컬 시니커 얼

사전을 다시 뒤적이며 내 생각이 틀릴지도 모르는 불안감

이 짧은 경계적 해석에 의존하는 나도 불성실하긴 마찬가지다.

사는 데 별 지장 없는 이 가식적 단어 앞에

사는 데 지장 있다는 담배를 또 하나 문다.

 

 

 

 

* 북평 장날 만난 체 게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