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다른 세상 [최승자]
초록여신
2010. 2. 9. 11:19
한 육체였었으나
이미 한 생각이었으므로
아무 일도 없이
학이 날고 푸른 새가 지고
하염없는 바다와 바다 사이에서
(아, 나는 너무 오래 잤을까)
학이 날고 푸른 새가 지고
어떻게 된 것일까
이 다른 것들은 어디에서 오나
다른 것들로 이루어진 세상
이미 있었으나, 없었으나, 다시 있는
만지고 또 만져본 세상, 그러나
다시 있는, 언제나 천억 년이 다시 있을,
바다빛 하늘빛처럼 푸르른
다른 것들로 이루어진 세상
* 쓸쓸해서 머나먼, 문학과 지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