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어머니라는 말 [이대흠]

초록여신 2010. 2. 7. 20:37

 

 

 

 

 

 

 

 

 

 

 

어머니라는 말을 떠올려보면

입이 울리고 코가 울리고 머리가 울리고

이내 가슴속에서 낮은 종소리가 울려나온다

 

 

어머니라는 말을 가만히 떠올려보면

웅웅거리는 종소리 온몸을 물들이고

어와 머 사이 머와 니 사이

어머니의 굵은 주름살 같은 그 말의 사이에

따스함이라든가 한없음이라든가

이런 말들이 고랑고랑 이랑이랑

 

 

어머니라는 말을 나직이 발음해보면

입속에 잔잔한 물결이 읽고

웅얼웅얼 생기는 파문을 따라

보고픔이나 그리움 같은 게 고요고요 번진다

 

 

어머니라는 말을 또 혀로 굴리다보면

물결소리 출렁출렁 너울거리고

맘속 깊은 바다에 파도가 인다

그렇게 출렁대는 파도소리 아래엔

멸치도 갈치도 무럭무럭 자라는 바다의 깊은 속내

어머니라는 말 어머니라는

 

 

그 바다 깊은 속에는

성난 마음 녹이는 물의 숨결 들어 있고

모난 마음 다듬어주는

매운 파도의 외침이 있다

 

 

 

 

* 귀가 서럽다 / 창비, 2010. 1.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