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막걸리집 미자씨 [김명기]

초록여신 2010. 2. 3. 10:22

 

 

 

 

 

 

 

 

 

 

 

 막걸리집 이름이다 천상 막걸리 집을 위해 지어진 이름 같다

 낮은 슬레이트 지붕, 흙 바른 천장, 자그마한 방들, 그 방 안에 녹아들어 취한 사내들

 

 

 그 집 툇마루에 걸터앉아

 건너편 작은 창고 양철지붕 위로 탕탕 떨어지는 설익은 땡감 소릴 듣다가

 아, 듣다가

 

 

 사는 게 얼마나 버거우면 저 푸르고 단단한 것들이 투신할까

 

 

 한때 많은 푸르름들이 저렇듯 사라져갔지

 단단하였지만 단단함으로 살 수 없어 세상에 그 단단함을 내던졌던

 죄 많은 소문이 그들을 묻었고 그리고 잊혀져갔지

 

 

 그들의 푸른 피를 수혈 받은 세상은 이렇듯 안녕한데

 

 

 오늘 밤

 잘 익은 술에 취해가는 것

 취한 술에 내가 폭 익어가는 것

 어쩌면 그것은 모든 단단한 것에 대한 미안함인지도 모른다

 

 

 며칠째 비가 내린다

 

 

 그 집 툇마루에 걸터앉아

 깊은 어둠만큼이나 울울해진 가슴을 만지며

 오지 않을 별들을 기다리며

 

 

 

 

* 북평 장날 만난 체 게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