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쓸쓸해서 머나먼 [최승자]

초록여신 2010. 1. 25. 07:27

 

 

 

 

 

 

 

 

 

 

먼 세계 이 세계

삼천갑자동방삭이 살던 세계

먼 데 갔다 이리 오는 세계

짬이 나면 다시 가보는 세계

먼 세계 이 세계

삼천갑자동방삭이 살던 세계

그 세계 속에서 노자가 살았고

장자가 살았고 예수가 살았고

오늘도 비 내리고 눈 내리고

먼 세계 이 세계

 

 

(저기 기독교가 지나가고

불교가 지나가고

道家가 지나간다)

 

 

쓸쓸해서 머나먼 이야기올시다

 

 

 

* 쓸쓸해서 머나먼 / 문학과 지성사, 2010. 1. 13.

 

 

......

오랫동안 아팠다

이제 비로소 깨어나는 기분이다

라는 <시인의 말>처럼...

최승자 시인은 오랜 긴 병상생활을 했다.

11년이라고 했던가?

그 긴 시간 속에서

고통을 이기고자 하는 집념은 어쩌면 시를 낳았으리라.

하루하루의 모퉁이를 돌 때마다

저녁을 맞이할 때마다

어쩌면 안도했으리라

어쩌면 종교의 힘을 빌리고 싶었는지도 모를 것이다

'내 詩는 지금 이사 가고 있는 중' 이라고 했던가?

이제는 그 이사가 끝나고 건강하게 정착하시길 빈다.

그리하여 '축축한'이 아니고 '행복한' 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쓸쓸하지만 머나먼' 이야기가 미래였던 '오늘'을 맞이하였듯이

그 긴 오랜 한 세월을 훌쩍 빠져나왔으면 좋겠다.

저 환한 아침의 빛 줄기를 따라서...

이 시집에서 그 절실함을

내가 살아있는 이 세계가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알게되는 것이리라.

쓸쓸해서 머나먼 이야기는 이제 굿 바이 하시길...

(시집에서 시인의 쓸쓸해서 머나먼 이야기를 훔치다, 초록여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