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프라하에서 길을 잃다 [신현림]
초록여신
2010. 1. 17. 19:12
고래도 개도 아닌 사람으로 태어나
이 중세도시에서 길을 잃은 이유가 있으리라
카프카 소설의 주인공처럼 어디에도 기댈 것 없이
길을 잃고 하얗게 질린 얼굴로 헤매었다
아무리 아름다운 프라하도 얼음장처럼 서늘하고
아무리 아름다운 불타바 강도 몸을 빨아들일 늪이었다
빗속을 불어 가는 강바람에 온통 젖어 버린
이 두 눈, 이 심장, 이 영혼은 내 것이 아니었다
카프카를 느끼려고 온 체코에서
체스키크롬프 성에서 헤맨 두 시간
다시 길을 찾고 딸을 찾자
운 나쁜 일은 귀한 경험이 되고
카프카의 프라하는
기억 속에 가장 인상 깊은 장롱이 되어 있었다
* 침대를 타고 달렸어, 민음사(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