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침대를 타면 [신현림]
초록여신
2010. 1. 17. 19:08
침대를 타고 나는 달렸어 밤 도시를 돌고 돌았지
팽이가 돌듯 머리 돌 일로 꽉 찬
슬픈 인생을 돌았어
내가 태어나 사랑하고 죽어 갈 이 침대
다 잃고 다 떠나도
단 하나 내 것처럼 남을 침대
결국 관짝이 될 침대
몸의 일부인 침대를 타고 달리면
물고기와 흰나비 떼들이 날고
슬픔까지 눈보라같이 날아
내일은 좋은 일만 생길 것 같고
세상 끝까지 갈 힘을 얻지
몸은 꽃잎으로 가득한 유리병같이
투명하게 맑아져 다시 태어나는 나를 봐
* 침대를 타고 달렸어, 민음사(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