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마지막 통화 [신현림]

초록여신 2010. 1. 17. 18:56

 

 

 

 

 

 

 

 

 

 

"엄마,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

"그래, 고맙다."

"밥과 약은 엄마 지켜 줄 별이야. 잘 챙겨 드세요."

 

 

잃어버릴까 두려워 터저 나온 '엄마'란 말

천 번을 부르고 천 번을 사랑해, 외쳐도 부족하다

1년째 의식불명이신 어머니, 아무 대답도 없으시다

지금도 메아리친다 마지막 통화, 마지막 말이

"우리 다시 만나자."

 

 

눈이 내릴 것 같다 흰 알약 같은 눈이

실명한 어머니의 눈과 마음에 흰 눈이 내리고

어머니를 휘감던 지독한 병의 독

생계를 짊어진 자의 희망의 독, 외로움의 독

삼팔선 너머 생사 모를 동생들을 그리워한

이산의 독까지 모두 씻어 내리면 기쁘리라

 

 

기도 응답의 눈발이 펑펑 내리면

어머니와 다시 만날

세상 시작을 알리는 눈발이

 

 

 

 

 

* 침대를 타고 달렸어 / 민음사, 2009. 9.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