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미술연필 [박철]

초록여신 2009. 11. 30. 18:47

 

 

 

 

 

 

 

 

 

 

 

을왕리 가을 바다에 와서

갑자기 미술연필이 떠오른 것은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꽉 찬 자유를,

흔들리며 유혹하는 쓸쓸함을 보면 누구나

엉뚱한 생각을 한번쯤은 할 것이다

 

 

고등학교 때 화실에 다니며 곱게 곱게 심을 세웠던

일제 투모로우나 독일제 홀바인 미술연필은

모두 가짜였다 그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아름다운 미래를 향해 선을 그렸다

 

 

깊어만 가는 가을 바다가

누가 밤새 파놓은 인공호수라 해도

나는 이렇게

구름 가는 대로 노을 물드는 대로 나를 만들고

내가 그려진 벽에는 바다가 있다

 

 

 

 

 

* 불을 지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