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자정에 내리는 눈 [박주택]

초록여신 2009. 11. 29. 11:42

 

 

 

 

 

 

 

 

 

 

 

아름다운 눈이 내리는 날이라고 쓰자

소음이 귀를 열고 가게의 문이 술에 취해 안녕, 이라고

손을 흔들 때 내리는 눈이 물이 되어

어둠 속에서 얼어붙는 것을 본다, 몸이 마음을 쉬게 하고

꿈도 감정의 껍질에 이끌려 모자를 벗는 밤

붉어가는 시간의 틈으로는 꽃들이 피어 있다

 

 

술 취한 노래가 희미한 가사에 혓바닥을 말고 있다

 

 

수염이 없는 가슴에는 배들이 정박하여 하염없이

눈을 받고 바다에는 더 많은 눈이 길들여지지 않은 채

제 성당의 문을 열리라, 이토록 눈이 내려

하얗게 꽃들로만 내려앉아 지나쳐온 길은

환한 꽃을 피우고 가파르던 섬에는

더 많은 갈매기들이 찾아들리라, 오늘 같은 날

 

 

 

 

* 시간의 동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