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망각을 위한 물의 헌사 [박주택]
초록여신
2009. 11. 29. 11:39
불면하는 거리, 간판은 자신을 알리기 위해
옆을 물리치고 사람들은 깊은 곳에서 흐르는 잔잔한 물을
감춘 채 흐른다 그렇다면 여기서 죽고
아파트 공터에서 죽고 술집에서 죽고 시간과 자책과
연민에서 죽고 바닷가에서 죽은 우리는
어떤 죽음으로 저것들과 마주해야 하는가
죽은 물고기처럼 물이 가는 대로 흐른다
죽은 물고기는 물이라는 것을 잊은 채 흐른다
망각이란 이런 때 필요할 것
그러나 망각은 묻힌 것까지 꺼내 그림자를 만든다
밤은 무엇으로 받아들이기에 어둠으로 차 있는가
무엇을 물리치기에 빛으로 무장해 있는가
이것이 걷는 것이라면 발자국은 모욕쯤 되겠지
이것이 밤에 거는 기대라면 새벽은 빨리 와도 되겠지
사람들 잠든 밤, 우리가 남긴 것들도 잠들었겠지 믿는
위로는 이제 이 불면하는 거리에 막혀
흐르는 물로 멍하니 별을 본다
두둔이 내부에 있다는 듯 감은 눈을 뜨지 않는다
* 시간의 동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