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어느 정류장에서의 일각(一覺) ....... 박철
초록여신
2009. 11. 22. 19:45
자유는 솜털의 모근 끝에 번지는
고요하고 따뜻한 느낌이다
모든 물질에는 솜털이 있다
물론 뒹구는 돌에도 풀잎에도
떠도는 구름에게도 느낄 수 있는 감각의 전달기관이 있다
두 뼘 남짓한 투명 수족관 안에서
남생이 두 마리가 쉬지 않고 자맥질을 한다
앞발과 머리로 관의 벽을 밀쳐내며 끊임없이
새로운 세계로 돌진중이다
헛발질이 계속될수록
그의 조각난 등껍질 위에 솟은 작은 깃털들이
파르르 떨며 쾌감을 느낀다
갸름한 햇살 속의 오후
자유가 멀지 않다
버스는 오지 않았다
나는 오랜 기다림을 뒤로 하고
두 뼘 남짓 투명의 세계로 다가가
나의 손끝과 머리를 처박는다
정류장에서, 이렇게 오랜 기다림 뒤에
비로소 느끼는 아, 자유!
모든 털이 세상을 향해 팔을 벌리고
고요하고 따뜻하게 불어오는 바람
* 불을 지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