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백경白鯨 ....... 신현정

초록여신 2009. 11. 22. 19:40

 

 

 

 

 

 

 

 

 

 

 

고래를 주마고 했다

 

아니요라고 했다

 

파이프에 갈매기를 꾹꾹 눌러 담아 피우는 그는

 

모자도 주마고 했다

 

아니요라고 했다

 

삼각 파도 모양의 넓은 모자였다

 

안경을 벗어 들더니 이 안경은 어떠냐 했다

 

아니요라고 했다

 

한쪽에는 구름이 다른 쪽에는 섬이 떠 있는 안경이었다

 

병 모가지를 쥐고 병째 한 입 쭈욱 들이켜라고 했다

 

아니요라고 했다

 

낙조落照처럼 독한 것이었다

 

작살도 맘에 들면 가지라 했다 아니요라고 했다

 

또 돛만 떼어갈 수 있으면 그리하라고 했다

 

아니요라고 했다

 

먼 바다도 불러주마고 했다

 

아니요라고 했다

 

발치에 벗어놓은 검은 장화가 출렁거렸다

 

거기에 손을 집어넣더니 무얼 끄집어냈다

 

문어를 주마고 했다

 

아니요라고 했다.

 

 

 

 

 

* 바보사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