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고슴도치는 함함하다 [신현정]

초록여신 2009. 11. 11. 18:25

 

 

 

 

 

 

 

 

 

 

 

나는 고슴도치가 슬프다

 

온몸에 바늘을 촘촘히 꽂아놓은 것을 보면 슬프다

 

그렇게 하고서 웅크리고 있기에 슬프다

 

저 바늘들에도 밤이슬 맺힐 것을 생각하니 슬프다

 

그 안에 눈 있고 입 있고 궁둥이 있을 것이기에 슬프다

 

그 몸으로 제 새끼를 끌어안기도 한다니 슬프다

 

아니다 아니다

 

제 새끼를 포근히 껴안고 잠을 재우기도 한다니

 

나는 고슴도치가 함함하다.

 

 

 

 

* 바보사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