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마감뉴스 [여태천]

초록여신 2009. 11. 10. 23:33

 

 

 

 

 

 

 

 

 

 

 

 

 

오늘 밤 내가 사는 이곳은 조용하다.

막 피어난 꽃, 향기가 날 듯 말 듯

바람은 불어

그 바람에 가는 비 조금 오고.

내가 사는 작은 동네에

아주 조금 비가 와서

버스는 제때 오지 않아

버스를 타지 않으리라고

굳게 마음먹는 그런 밤이다.

사실은 저 혼자 떨어져내린 명자꽃 때문이다.

먼저 간 마음 같은 이름 때문이다.

사실은 아무 일도 없다는

오늘의 마감뉴스 때문이다.

어처구니없는 사실에

먼 타지에 마음을 부려버린 남자처럼

오늘 밤은 조용하다.

다른 것을 생각할 수 없어

저물지 말았으면 하는 밤이다.

 

 

 

 

 

*  현장비평가가 뽑은 2009 올해의 좋은시, 현대문학

 

 

.......

세상을 호령했던 당찬 여자, 미실이 떠난 밤이다.

물론 <선덕여왕>에서 말이다.

 

삶의 마침표는 결국 그 벗어남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음에서 종결된다.

 

역사 속에서 저무는 특별한 밤이다.

 

(오늘의 마감뉴스, 초록여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