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숯가마 앞에서 [박후기]

초록여신 2009. 10. 26. 22:22

 

 

 

 

 

 

 

 

 

나무토막 같은

청춘을 살았다

불길 속으로

자진해서 들어갔던,

거두절미당한 벌거숭이는

어느새 나무의

후생이 되었다

숯으로 변한 나는

불같은 사랑을

두려워하면서도

마음 한구석

불씨를 숨기고 살아간다

막 배를 가른

죽어가는 짐승의 속처럼,

숯을 꺼낸 빈 가마는

여전히 뜨겁다

우리가 머물렀던 자리도

얼마간 따뜻할 것이다

 

 

 

 

* 내 귀는 거짓말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