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꿀벌 사원 [박후기]
초록여신
2009. 10. 7. 21:22
꽃가루가 얼마나 모여야
꿀이 되는가 나는
생의 도감(圖鑑) 같은
두툼한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선다
밀봉된 전철 안
손잡이에 매달려
겨우 흔들리면서
꽃 찾아 강을 건너간다
세상의 꽃은 모두
벌들의 거래처, 나는
두엄에 핀 민들레와 인사하다
똥무더기를 밟기도 하고
잘못 든 건물
유리창을 들이받다
쫓겨나기도 한다
아주 쓸쓸한 날에는
분가루를 입술에 묻힌 채
유곽을 헤매기도 하지만,
모든 씁쓸한 맛이
더해진 꿀맛은 그래서
달콤하다
* 내 귀는 거짓말을 사랑한다, 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