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퇴행성관절염 [박후기]

초록여신 2009. 10. 5. 21:30

 

 

 

 

 

 

 

 

 

 

 

물대접에 담긴 젓가락이

힘없이 구부러지는

병상 위 밥상을 바라본다

뼈가 닳도록

먹을 것을 집어나르던

저 가느다란 젓가락은

한평생 절룩이며

밥상 위를 걸어왔을 것이다

그러니까

퇴행성관절염을 앓고 있는

팔순 노모의 몽당한 두 다리가,

닳고 닳아 길이가 맞지 않는

늙은 마리오네뜨의

고장난 저 두 다리가

몇년째 물속에

잠겨 있는 것이다

시름 젖은 병상이

물지게처럼 삐거덕거린다

 

 

 

 

 

* 내 귀는 거짓말을 사랑한다, 창비

 

 

 

 

.......

울 엄마는 한평생 퇴행성요통으로 고생 중입니다.

지난 설날에도 병원에서 보내셨는데

이번 추석에도 많이 편찮으시다 하시네요.

 

담이라는 것...

그 끊어질 듯한 고통 앞에서

이를 악물고 괜찮다, 괜찮다 하시는 울 어머니.

 

닳고 닳아 수술조차 어려운 어긋한 그 가느다란 허리 앞에

놓여진 70 넘는 삶의 무게를 그저 외면했나 봅니다.

아, 시리고 시린 가을밤은 깊어만 갑니다.

(엄마걱정, 초록여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