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갈 데까지 간 [허연]
초록여신
2009. 9. 13. 19:52
끊을 건 이제 연락 밖에 없다.
어느 중환자실에서 오히려 더 빛났었던
문틈으로 삐져 들어왔던 그 한줄기 빛처럼
사라져 가는 것을 비추는 온정을
나는 찬양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0
그 빛이 너무나 차가운 살기였다는 걸 알겠다.
이미 늦어버린 것들에게
문틈으로 삐져 들어온 빛은 살기다.
갈 데까지 간 것들에게 한 줄기 빛은 조롱이다
소음 울리며 사라지는
놓쳐버린 막차의 뒤태를 바라보는 일만큼이나
허망한 조롱이다.
문득 이미 늦어버린 것들로 가득한
갈 데까지 간 영화가 보고 싶었다
* 시작詩作, 2009년 가을호 [이달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