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목성에 강이 있었다 [허만하]
초록여신
2009. 9. 7. 09:46
샤갈의 하늘에는 비가 내리지 않지만
갈릴레이의 시선이 머물렀던 목성에는
강물이 흘렀던 자국이 있다
실체가 없는 흔적이
먼저 실체가 되는
영하의 무기질 세계
부패성 물질이 없는
무기질 세계의 순수
아득함을 혼자서 흘렀을 물길
무섭다! 시의 길.
* 바다의 성분, 솔
自序
독자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할 때 사람들은 비로소 자기의 언어를 가진다. 순도 높은 자기의 언어를 가질 때 비로소 한 시인은 태어난다.
네 번째 시집 《야생의 꽃》(2006)을 낸 뒤 여러 지면에 발표한 작품들을 간추려 다시 한 권의 시집을 엮는다. 시집 출간이란 나한테 무거운 해머를 들고 대장간에 들어서서 잉걸불에 벌겋게 달아 오른 내 언어를 두들겨 새로운 성질을 만들어내는 작업의 일환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처럼 주어진 이 기회가 내 시적 문체를 반성하고 다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나의 다섯 번째 시집 《바다의 성분》상재에 있어서도 솔 출판사의 평론가 임우기 선생 격려에 힘입은 바 크다. 그의 문학적 신뢰에 감사드린다.
내 시의 변신을 위하여 나는 선선히 나의 한계 바깥을 느껴야 할 것 같다. 그것은 예감이 아닌 당위다.
2009년 이른 여름
허만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