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신의 뒷편 [이정록]

초록여신 2009. 9. 6. 15:56

 

 

 

 

 

 

 

 

 

 

구두 뒤축이

빛난다, 지가 무슨 신이라고

배광을 꿈꿨을까마는

신의 바람이란 발가락처럼 오순도순

어둠과 고린내 속에서도

온 힘으로 떠받는 것 아니겠는가

상가에 놓인 뒤축 꺾인 내 구두는

이 방 저 방 쉼 없이 돌아다닌다

문이 활짝 열려 있기 때문이다

문지방처럼 빛나는 뒤축은

몸의 출입을 막지 않는다

순례와 전도의 삶은, 낡은 구두처럼

자신의 문패를 지워야 한다

멀거나 닳은 뒤축을 내려다보니

신의 턱선을 닮은 듯도 하다

막힘이나 가둠이 없는 것이

정작 문 없는 큰문이라, 그러니

때까 때를 만나기를 골백번

길이 난다는 것은 빛을 주고받는 것이다

저 혼자 이루는 후광은 없는 것

신은 갈수록 뒷모습이 빛난다

 

 

 

* 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