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다움
지옥 [정현종]
초록여신
2009. 8. 31. 07:24
이 사람은
사람으로 태어나서
자기가 있는 곳을 지옥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지옥의 왕 노릇을 하기 위해서는
그곳을 더욱더 지옥으로 만들지 않으면 안 되었는데
그게 지옥의 존속 방법이요
권력의 생리이기 때문이다.
누군들 제 속에 지옥이 없으리오
마는
어느 정도 사람이라면
제 속의 지옥을
세상에 펴지 않는 노력을 할 터이다.
그러나 지금의 화두는 개인 문제가 아니다.
이 사람은
태양과 바람과
모든 마음들이 만드는 날빛을
피해 숨어, 아,
아침을 어둡게 만들고
또 저녁을 무겁게 하였다.
* 광휘의 속삭임, 문학과 지성사